"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던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부터 "증시는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던 뉴욕 월가 까지 지난해 세계 최고의 경제 전문가들이 내 놓은 올해 경제 전망은 결과적으로 모두 엇나갔다. 이에 시장에선 "내년 경제 전망은 잊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지난 2년간 물가 상승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계속 바뀌었다. 지난해 6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5.4% 급등하면서 "인플레 공포"가 본격적으로 피어오르자 파월 의장은 "일회성 물가 상승이라면 나중에 사라질 가능성이 큰 만큼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세지만 Fed의 예상 범위 안에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물가가 오르자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내년 말이면 물가 수준이 Fed물가 목표치(2%)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한발짝 후퇴했다. 하지만 올해 7월 물가 상승률이 40여년 만에 최고수준인 9.1%를 기록하는 등 이달까지 고공비행을 이어가면서 또 체면을 구겼다. 결국 파월 의장은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사상 초유의 고강도 통화 긴축을 단행해야만 했다. 파월 의장은 이달 빅스텝(0.50%포인트 인상)까지 밟은 뒤 "물가 안정을 위해 아직 갈 길이 멀었다.(long way to go)"는 지난해와 정반대의 발언을 내놓았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경제 전망도 크게 어긋났다. 지난해 월스트리트 컨센서스는 올해 말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4825 수준에 도달해 지난해 종가 (4766.18)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마무리하며 증시도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S&P500지수는 지난 23일 기준으로 3844.82를 기록하면서 올 초 (4796.56)대비 19.84%나 급락했다. 뉴욕 3대 지수인 다우 지수 (-9.24%), 나스닥 지수 (-9.20%) 등도 내림세였다.
이들의 예측이 벗어난 원인으로 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장기화 등의 변수를 꼽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스마트 베어링스 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전략가는 "돌이켜보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당시엔 간과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경제 전망을 놓고도 불신의 기류가 커지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내년 증시 전망은 잊어라" 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칼럼을 통해 경제적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제 전망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경제 조사 기관들이 내년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지만, 골드만삭스, 크레디트스위스 등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은 미국이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라는 반대의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약 4조8000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미국의 뮤추얼 펀드와 헤지 펀드는 산업, 소재, 에너지 등 경제 변화에 민감한 종목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연착륙"에 통 큰 베팅을 했다. 기준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4.8%대까지 치솟았던 지닌달보다 오히려 낮아진 4.3%대를 기록하고 있다. "당분간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 이라는 파월 의장의 기조에 역행한다.
다만 Fed의 정책과 반대로 갈지 결정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스콧 콜리어 어드바이저스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시장은 Fed가 금리 인상을 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 이라고 기대하지만, Fed는 계속해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며 "Fed에 맞설 것이라면 자신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펀드매니저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시장의 가장 큰 "꼬리 위험"으로 높은 인플레이션, 심각한 글로벌 경기 침체, 긴축 통화 정책을 유지하는 중앙은행 등이 꼽혔다. 꼬리 위험이란 가능성은 적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리스크를 의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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