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발 디베버리징 움직임에 은행들이 울상이다. 금리를 정하는 데 금융당국이 압박을 가하며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대출 잔액이 줄면서 수익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높은 순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향후 실적이 크게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5대 은행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가계대출은 이미 11개월 연속 감소 추세다. 11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 346억 원으로 10월 말(693조 6475억 원)보다 6129억 원 줄었다. 지난해 말 709조 529억 원과 비교했을 때는 16조 원 넘게 감소했다. 지금까지 추이로 볼 때 이달에도 감소가 유력하다. 1년 내내 추세적으로 대출이 주는 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특히 신용대출이 작년 말보다 18조원 가까이 감소하며 디레버리징을 이끌었다. 지난달 말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21조 5888억 원으로 지난해 말 (139조 5571억 원)보다 17조 9683억 원 줄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2년 전 저금리일 때 신용대출 금리가 연 2% 정도 됐었는데 이제는 연 6~7% 대가 되면서 고객들이 아우성"이라면서 "대출이 있는 사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갚으려 하고, 빌리려는 사람은 없어서 잔액이 줄고 있다."라고 했다.
여기에 대출금리를 시장원리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도 없어 은행들은 사면초가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내 금융사들의 대출금리 추이를 모니터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사간 자금 확보 경쟁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기준금리 인상폭을 웃돌자 대출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해 과도하게 책정된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이를 은행들은 사실상 '수익성을 희생해서라도 대출금리를 낮추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재료값이 비싸지면 음식값도 오르듯이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대출금리도 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합리적인 금리 산정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당국의 서슬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설상가상 여당은 은행 대출의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면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이 조금이라도 이자를 줄이기 위해 예대금리를 꼼꼼하게 비교해 대환대춯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너무 커서 대출을 옮기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며 "은행권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를 적극 검토해주지 바란다"라고 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대출을 계약 기간보다 빨리 갚을 때 발생하는 돈으로 중도상환으로 인한 이자 손해, 중도상환으로 인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 등이 감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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