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차 초보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홍수경씨(25) 첫 마디다. 일자리에서부터 무료급식까지 모든 복지와 생활이 주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 사회에서 홈리스가 차별과 빈곤의 극한으로 내몰리는 현실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홈리스행동이 2001년부터 주최해온 '홈리스 추모제'를 끝내고 23일 뉴스1과 만난 홍씨는 사람들이 홈리스를 타자화하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거듭 언급했다.
홍씨는 "홈리스를 실패한 사람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며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그때 직면할 빈곤에서 기댈 곳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팬데믹 기간 사람이 모이는 공간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내야했기 때문에 홈리들은 기본적인 식사, 의료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이 기간 서울시는 지원기관을 이용하고자 하는 홈리스에게 주 1회 이상 PCR 검사 음성 결과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정한 주거지 있어야 PCR 검사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홈리스에게는 난감한 주문이었다.
홍씨는 "PCR검사 시스템은 주거공간이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홈리스가 PCR검가를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매주 검사 결과를 제출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상당수 홈리스는 밥을 굶었다. 그렇게 매주 '코를 찌르지' 않으면 밥을 못먹는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졌다.
이들이 의료보장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사실도 팬데믹 시기 드러난 현실이다.
2011년 제정된 노숙인복지법에 따르면 홈리스도 의료급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지만 이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료급여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사람'으로 제한됐다.
노숙기간 3개월 이상, 노숙인복지시설(노숙인지활시설,노숙인일시보호시설) 입소 대상자 등 인정의 기준 또한 높다. 주거가 없다는 현실이 홈리스를 의료 사각지대로 내몬 것이다.
홍씨는 "의료급여 받는 홈리스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홈리스가 줄어드는 게 아닌데도 의료급여 대상이 줄어드는 것은 사각지대가 얼마나 큰지를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홍씨가 활동을 하면서 주목한 공간이 쪽방이다. 주거 중심의 한국 사회에서 열악하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임시 거주하면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홍씨는 "3~6개월 동안 주거비를 보태주는 임시주거 지원을 받아 쪽방에 거주하는 노숙인들이 주거 상향으로 이어져야 선순환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고 꼬집었다.
홍씨에 따르면 실제 서울시내 쪽방 주민의 거주기간은 10~30년이나 된다.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고 임시주거 지원이 끊기면 다시 거리로 나가기도 한다.
홍씨는 "쪽방이 사람을 흐르게 하는 공간이 돼야 하는데 오히려 가난을 고착시키는 공간으로 존재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국도시연구소, 홈리스행동이 노숙인 1014명의 실태 조사를 지난해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88.9%가 주거지원을 요청했다. 주거지가 있어야 정부의 복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씨는 "열악한 노숙인 생활시설이 탈노숙 과정의 유일한 선택지가 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학 시절 인연이 닿은 홈리스행동에서 올해 사회의 첫발을 내디딘 홍씨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홈리스에 대한 무지와 편견이다.
홈리스의 삶이 자신들과 다르다고 인식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키우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홈리스의 현실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홈리스는 삶에 실패한 사람이 아니라 희망을 뺏긴 사람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타자화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현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라고 알려준다면 시스템이 바뀌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는다"고 말했다.
홍씨는 "제게 홈리스를 구원해주겠다는 등의 거창한 목표는 없다"면서도"이들이 벼량 끝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시민사회가 완전해질 수 있다고 믿을 뿐"이라고 작은 각오를 드러냈다.
홍씨는 "집이 없어졌을 때 누구라도 기댈 수 있는 안식처가 생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거리로 나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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